루쉰, 욕을 하다 (팡시앙뚱)

Posted 2004/11/09 22:10, Filed under: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 [근대의 책 읽기]에 이어 읽은 근대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이번엔 중국이다.

루쉰은 [아Q정전], [광인일기] 등으로 유명한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이다. 나는 다행히 위의 두 소설을 읽은 것 같은데,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고 왜 유명한 소설인지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덕에 마치 나도 루쉰을 잘 아는 양, 루쉰에 대한 자세한 책을 집어들었다. (요즘 책 앞에서 용감무쌍하다.)

중국 사람들에게 루쉰의 존재는 매우 큰 것 같다. 저자는 여는글과 닫는글을 통해서 루쉰이 자신에게, 또 중국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이런 부분들이 본문보다 더 인상깊었다. 중국에서 루쉰은 신격화 되기도 하고, 또 일부에서는 일방적으로 폄하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나에게는 그냥 흥미있는 책이지만, 중국인들에게는 루쉰 자체가 하나의 금단의 영역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이 책은 루쉰과 당대의 논객들이 주고 받은 논쟁과 욕을 정리한 책이다. 쭈욱 가깝게 지낸 사람, 가까웠다 사상의 차이로 멀어진 사람, 계속 욕을 주고 받으며 원수처럼 지냈던 사람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명확하다. 의견이 충돌했던 구체적인 사건과 지면에 실린 논쟁 글, 그리고 일기나 편지 등에 드러난 서로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각주도 상세하다.

논쟁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 쪽이 옳았다는 식의 판단이 개입된다. 루쉰 신봉자인 저자의 판단을 믿어도 될까? 저자가 내린 판단 중에는 틀린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저자의 견해를 믿고 몸을 맡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많은 자료조사를 통해 얻어진 결론이며, 동시대에 싸움을 지켜본다고 해서 그 흐름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왜 다들 이렇게 머리 아프게 싸우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어허, 책의 핵심을 놓친 것인가. -_-;)

이 책은 나같은 일반 독자보다는 관련 분야 연구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책일 것 같다. 배경지식이 없는 나는 이 책에서 당장 무엇을 얻었다기 보다는, 앞으로 관련된 다른 책을 만났을 때 지식이 엮어질 수 있는 기본 틀을 깔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너무 칭찬 일색인가? 단점이 하나 있다. 재미가 좀 없다.

★★★★

2004.11.9. 닭의비행.


루쉰, 욕을 하다
팡시앙뚱 | 시니북스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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