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EA. 심플한 디자인의 조립형 가구로 성공한 스웨덴 출신의 다국적 기업이다. IKEA의 가구와 카탈로그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또 간만에 낙천적인 경영 성공담을 읽으며 기분전환하고 싶어 이 책을 샀는데, 조잡한 듯 하면서 묘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1부 이케아의 탄생, 2부 이케아의 성공 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의 구성이나, 경영 성공 사례 쪽으로 타게팅 되어있는 듯한 마케팅 포인트를 보면 분명 이케아의 진취적인 장점만을 포장해냈을 것 같은데... 의외로 뒷다마를 깐다는 것이다! 대체 작가는 칭찬을 하고 싶은데 아둔해서 뒷다마를 흘리는 것이냐, 아니면 애초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다루겠다는 의지였던 거냐. 말하자면 "S그룹이 불법증여를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건 아냐. 나쁜 사람이 아닌데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라고 말하면서, "S그룹이 불법증여를 했다"는 새로운 정보를 흘리는, 뭐 그런. -_-;;


어쨌든 이케아는 스웨덴에서 출발한 다국적 기업이고,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스웨덴 스타일의- 가구들을 만들었으며, 소비자가 직접 들고가서 집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배송 비용을 줄였다. 사세는 여전히 확장 중이고, 카탈로그 위주에 약간의 거점 전시매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한다.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 중이고, 소박하고 열정적이며 독선적인 성격이다.

이케아의 성공요인은 (내가 요약하자면) 1) 디자인, 2) 생산/물류 시스템의 혁신, 3) 가격 경쟁력이다. 그 중에서 이케아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물류(self-service)인 것 같고. 가구업계의 맥도널드나 월마트라고나 할까. 우리나라에는 직영점은 없고 디자인 소품들 위주로 소소하게 수입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냥 디자인, 산뜻함, 발랄함, 세련됨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


이 책을 보면 "싸면서 예쁜" 가구를 떠받치기 위한 하부구조가 나오는데, 맥도널드, 월마트, 나이키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받는 비판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이케아의 내부 구조에 대한 정보는 내게는 모두 새로운 것이었고, 한 회사를 통해 북유럽의 사회 시스템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케아는 선진국에서 싸게 가구를 팔고, 그러기 위해 임금이 싼 나라에서 가구를 만든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기 전에도 임금이 싼 동독, 핀란드 등의 공산권에서 가구를 생산했고, 지금은 전 세계의 임금이 싼 지역에 하청 공장을 분산해 두고 있다. 스웨덴, 독일 등에서 물건은 팔되 고용은 창출하지 않는 구조다.

그리고 기업 세금이 높은 북유럽 지역에서 세금을 피해 회사의 호적 자체를 스위스로, 다시 독일로 옮겼으며(하도 회사를 쪼개고 옮겨서 헤깔림 -_-;) 그를 위해 본사와 그 직원들을 모두 옮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사의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상장을 하지 않은 회사이며, 그룹 내부의 구조를 굉장히 복잡하게 해놓았고 비공개라 그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고, 일부는 세금 도피지역에 있어 세금을 매기기도 어렵다.

또한 "가족적인 기업"을 꿈꾸며 직원들에게 박봉을 준다. 회장 자신의 성격이 워커홀릭이며 검소한데, 자신의 직원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회사는 자꾸자꾸 팽창하는데, 직원들에게 이윤을 배분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자신이 키워놓은 회사를 자식들이 말아먹는 일이 없도록, 회사를 자기 손을 떠나서 독립 재단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르겠다. 오너 자식에게 사적으로 물려주지 않는 건 일견 바람직해보이면서도, 사회적 환원 같은 의미를 가지는 건 전혀 아니고, 회사 자체는 하나의 독립적인 생명체로 만들고자 하는 어떤 열망 - 말하자면 이케아 회사 자체가 회장의 '가장 아끼는 자식'이라든지- 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나라에나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기업은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국가를 떠나서 하늘 위의 라퓨타에 회사를 차릴 수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충격?도 얻었고. 유치해보이는 칭송과 언바란스하며 솔직한 뒷다마들 사이에서, 한 회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때론 거시적인 연구 보고서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2007.3.26. 닭의비행.

이케아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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