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헉슬리 - 과학 지식인의 탄생 (폴 화이트)
Posted 2007/01/18 00:14, Filed under: 책몇 권의 책을 염두에 두고 서점에 갔다가 다른 책은 다 마음에 안들어 제끼고 충동구매로 샀던 책. "과학자"라는 것이 직업군으로서 하나의 career path를 갖추지 못했던 시절에 과학자라는 직업을 확립해나갔던 사람을 다루고 있다. 일대기라기보다는 과학자의 영역과 선을 긋기 위해 논쟁했던 인접 영역들 - 가정, 신사들의 커뮤니티, 인문/문화, 종교, 노동 - 과의 관계를 하나하나씩 다루고 있다. 나는 인문학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치 않은 탓인지 "A가 아니라 B라니까"라는 식의 미묘한, 개념적 차이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래서 사실 읽어도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많다.
어쨌든 토머스 헉슬리가 의사의 길을 가려다 말고 과학자의 길로 조심스럽게 들어섰을 때, 그는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아니라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이었다. 비포장 도로랄까. 그 업계에 정착하여 비교적 사회적 지위도 있고 먹고 사는 롤 모델이 몇 있기는 했으나,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되풀이되어 적용될 수 있는지는 막막했다. (이건 가히 자우림을 바라보는 인디밴드 입문자와 같지 않은가.)
하여간 그 시대에는 신대륙으로 장기항해 떠나는 배들도 종종 있고 하여, 항해를 따라가서 신기한 동식물을 채집하고 이름을 붙이고 즐거워하고 (비록 배의 사람들은 모두 무시했지만) 다시 과학자들 커뮤니티에 가면 자랑하고 하는 박물학(?)이 가장 잘나가는 과학 분야였던 것 같다. 보다 직위가 있는 과학자는 박물관 관리직을 꿰차고, 거대한 동물의 뼈모형이나 박제를 만들어 일반 관중들의 감탄을 받는 일도 했다.
이 당시는 학술적인 저널들이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토머스 헉슬리는 언론이나 대중 강연을 통해 과학적 저술에 속하는 것과 속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때론 전문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 과학글을 쓰는 것을 폄하하기도 했다. 또한 인문 중심이었던 당시의 학교 커리큘럼에 과학을 애써서 끼워넣는 데도 일조했다. 그는 과학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이 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있는 엘리트라고 생각했으나, 말년에 노동운동이 발전하면서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고 실험실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현재의 과학자의 삶(박사학위를 받고 논문을 쓰고 교수가 된다든지)과 당연하게 끼워져있는 학교의 과학 커리큘럼, 과학을 하는 방식(실험과 전문 저널의 논문 등) 등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그 초기의 형성 과정을 살피는 책이다. 150년쯤 지난 현재, 과학과 인문사회학이 그 경계를 두고 어떻게 치열하게 싸우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랑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토머스 헉슬리의 일가는 여럿 과학계에서 대성했는데,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가 토머스 헉슬리의 손자란다.
★★★★
2007.1.17. 닭의비행.
어쨌든 토머스 헉슬리가 의사의 길을 가려다 말고 과학자의 길로 조심스럽게 들어섰을 때, 그는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아니라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이었다. 비포장 도로랄까. 그 업계에 정착하여 비교적 사회적 지위도 있고 먹고 사는 롤 모델이 몇 있기는 했으나,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되풀이되어 적용될 수 있는지는 막막했다. (이건 가히 자우림을 바라보는 인디밴드 입문자와 같지 않은가.)
하여간 그 시대에는 신대륙으로 장기항해 떠나는 배들도 종종 있고 하여, 항해를 따라가서 신기한 동식물을 채집하고 이름을 붙이고 즐거워하고 (비록 배의 사람들은 모두 무시했지만) 다시 과학자들 커뮤니티에 가면 자랑하고 하는 박물학(?)이 가장 잘나가는 과학 분야였던 것 같다. 보다 직위가 있는 과학자는 박물관 관리직을 꿰차고, 거대한 동물의 뼈모형이나 박제를 만들어 일반 관중들의 감탄을 받는 일도 했다.
이 당시는 학술적인 저널들이 태동하던 시기였는데, 토머스 헉슬리는 언론이나 대중 강연을 통해 과학적 저술에 속하는 것과 속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고, 때론 전문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 과학글을 쓰는 것을 폄하하기도 했다. 또한 인문 중심이었던 당시의 학교 커리큘럼에 과학을 애써서 끼워넣는 데도 일조했다. 그는 과학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이 사회 전반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있는 엘리트라고 생각했으나, 말년에 노동운동이 발전하면서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고 실험실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현재의 과학자의 삶(박사학위를 받고 논문을 쓰고 교수가 된다든지)과 당연하게 끼워져있는 학교의 과학 커리큘럼, 과학을 하는 방식(실험과 전문 저널의 논문 등) 등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 그 초기의 형성 과정을 살피는 책이다. 150년쯤 지난 현재, 과학과 인문사회학이 그 경계를 두고 어떻게 치열하게 싸우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랑 같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토머스 헉슬리의 일가는 여럿 과학계에서 대성했는데,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가 토머스 헉슬리의 손자란다.
★★★★
2007.1.17. 닭의비행.
![]() | 토머스 헉슬리 폴 화이트 지음, 김기윤 옮김/사이언스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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